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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1

아날로그플러스

소리 나는 특허기술,
헬멧에 찰싹

# 아날로그플러스
# IP

헬멧 위에 마치 한 몸처럼 찰싹 달라붙은 작은 장치가 있다.
이 작은 장치에 벤처기업 아날로그플러스의 비전과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기술이 야무지게 녹아 있다니,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대체 어떤 기술을 접목했을까?
아날로그플러스 박재흥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


‘회사에 있었다면 언제 이런 경험들을 해봤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직접 부딪히며 쌓은 노하우들이 저희만의 IP를 만들고,
또 다음 IP를 만드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요.”

아날로그에 디지털을 더하라!

아날로그플러스 사무실, 박재흥 대표가 쓰는 공간과 사무실 사이를 가로지르는 외벽은 통유리다. 서로의 상태를 빠르게 알고, 쉽게 소통할 수 있다. 통유리 벽면 위에는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노래가사가 적혀 있다. 보면 볼수록 ‘자유분방한 회사’라는 느낌적인 느낌, 시선을 돌려 벽면 선반 위를 보니 세모꼴 장치들을 부착한 헬멧이 보인다.
장치만 떼어 본다면, 작고 납작한 형태를 보고 ‘신형 진동벨인가’ 싶은 사람도 있겠다. 상상은 여기까지 하고, 장치를 직접 느껴보기로 한다. 손바닥에 올려보니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 외형부터 호기심을 잔뜩 유발하는 이 장치의 정체는, 귀에 꽂지 않고 통화하는 헬멧부착형 핸즈프리 장치, ‘Ahead’다.
장치를 만든 아날로그플러스는 삼성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C-Lap 공모를 통해 탄생한 벤처기업이다. 2015년 6월부터 준비를 시작해, 2016년 11월 문을 열었으니 올해 세 살이 됐다. 함께 일하는 직원들은 12명 남짓, 그럼에도 2018년 대한민국지식재산대전 최우수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니 ‘작지만 강하다’라는 표현이 찰떡처럼 맞아 떨어진다. 아날로그플러스라는 이름은 아날로그에 스마트 기술을 더해 +를 만들자는 의미다.


“오래 전부터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왔어요. 그렇지만 우리가 생활하면서 사용하는 물품들은 대부분 아직 아날로그 제품들이에요.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물건들 중 휴대폰 말고 ‘디지털’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죠. 헬멧도 아날로그 장비고요. 헬멧 부착형 핸즈프리 장치인 ‘Ahead’는 아날로그 장비인 헬멧에 첨단 기술을 접목한 장치를 더한 제품이에요. 저희 회사 비전과 일맥상통하는 제품인 셈이죠.”



손은 자유롭게 음성은 또렷하게

지식재산(IP)은 아이디어에서부터 시작된다. IP의 씨앗인 비범한 아이디어는 의외로 평범한 경험에서 느낀 ‘불편’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스키를 좋아해 평소 스키장에 자주 가던 박재흥 대표, 그는 스키장에 갈 때마다 전화통화에 불편함을 느끼곤 했다. 전화를 걸거나 받을 때, 스마트폰을 꺼내 통화하려면 스키 장비를 내려놓고, 장갑 벗고, 주섬주섬 점퍼 주머니를 뒤진 끝에야 스마트폰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그렇다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쓰자니 위험천만이었다.
들어야할 소리를 못 듣는 이유다. 통화하기가 힘드니 각자 스키를 타는 일행과 만나기도 어려운 상황. 불편을 해결할 제품을 찾았지만, 눈에 차는 제품이 없어 직접 만들기로 했다. 헬멧을 쓴 상태에서 편하면서도 안전하게 통화할 수 있는 장치 ‘Ahead’는 그렇게 탄생했다.


“헬멧에 탈부착하는 커뮤니케이션 장치를 만들고 싶었어요. 바깥에서 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통화할 수 있게요. 헬멧 밖에 붙여 쓰는 장치인 만큼, 그 소리를 어떻게 헬멧 속 사람의 귀로 전달할지가 관건이었죠. 그러다 ‘진동 소자’를 이용해보자는 결론을 내렸죠. 진동을 이용해 밖에서 나는 소리를 헬멧 안으로 모아 들려주는 기술이에요.”



‘소리를 어떻게 깨끗하게 들려줄 것인가’도 관건이었다. 조용한 사무실에서야 누구나 진동을 느끼고 들을 수 있지만, 스키어나 오토바이 라이더들은 소음이 뿜뿜 터지는 시끄러운 환경에서 통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주변 소음 없이 깨끗하게 말소리를 전달하는 ‘클리어 보이스 캡처(Clear Voice Capture)’ 기술을 적용했다. 이는 특허 출원한 기술이다. 장치특성 상말소리가 밖으로도 들리게 되니, 사생활 보호도 생각해야 했다. 이에 환경에 맞춰 상대의 말소리를 원하는 볼륨으로 조절해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그렇게 탄생한 1세대 ‘Ahead’는 아이디어, 기술력, 품질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즈나 외형에 변화를 준 ‘Ahead M’도 출시했다. 기존 장치를 보완해 보다 작은 사이즈에 주요 기술을 녹여내고, 가격대를 낮추어 더욱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IP는 기업의 미래를 짓는 설계도

박재흥 대표는 대기업에서 8년여를 근무하다 아날로그플러스를 창업했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어려운 선택을 끝내고, 대기업 간판을 뗀 그의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음은 물론이다.


“회사 안에서는 제품 개발이나 제작에 필요한 것들을 쉽게 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나와보니 사고 싶어도 살수 없고,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개발, 생산, 제조, 유통까지 직접 해야 했는데, 모든 과정이 절대 쉽지는 않았어요. 녹록하지 않았던 기억이 많은데, 해외 전시회 출품을 앞두고 제품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해 밤새워가며 제품을 개발하고 설계한 일이 기억에 남아요. 힘들죠. 그렇지만 늘 ‘회사에 있었다면 언제 이런 경험들을 해봤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직접 부딪히며 쌓은 노하우들이 특허를 만들고, 또 다음 특허를 만드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요. 특허는 기업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해요. 제품을 구매하는 바이어들은 물론 투자자들도 특허를 굉장히 중요시하더군요. 우리 회사가 특허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지 살피죠.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할 때도 특허가 회사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리는 지표가 되어주죠.”


세상에 아이디어는 차고 넘치지만, 상대적으로 힘있는 지식재산(IP)이 되어 살아남는 것은 소수다. 이는 ‘과정’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아서일 것이다. 박재흥 대표는 “아이디어는 실제로 실행하고 부딪혀 볼 때 의미가 있다”라고 말한다. 누군가 빼앗아갈까 전전긍긍하며 혼자 알고 있기보다는 알리고, 개발하고, 만들면서 직접 실행해보라는 이야기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는 법, 그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생각만 있다면 지원 제도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조금만 집중해 실행한다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끝없이 추진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 기업 IP는 기업의 내일을 짓는 설계도다. 끊임 없이 새로운 ‘설계도’를 그려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아날로그플러스가 그려낼 미래 IP는 어떤 모습일까. 그들은 단순한 헬멧을 넘어 통화, 영상 재생, 녹화, 알람 등의 기능을 갖춘 헬멧을 꿈꾼다. 그리고 이를 현실로 만들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다시, 선반 위에 놓인 아날로그플러스의 자체 제작 헬멧을 바라본다. 그 형상에 스마트폰의 실루엣이 살포시 겹쳐지며, 누군가 헬멧을 쓰고 영화를 보는 장면이 그려지는듯 하다. 신기하게도, 그 기분 좋은 상상은 성큼성큼 가까워져 눈앞에 있는 듯 생생하게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