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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크몽 박현호 대표

맨땅에 비즈니스 플랫폼
키운 썰ssul

# 비즈니스 플랫폼
# 크몽

“포기하면 편하다”라는 말이 진리처럼 여겨지는 세상.
“열 번 스무 번 실패하다 한 번 성공하면 된다”라고 말하는
박현호 대표의 말이 색다르게 다가오는 이유다. 비공식 기록까지 더하면 사업 실패 횟수 열 번,
열한 번째에 드디어 ‘크몽’으로 대박을 터뜨린 박현호 대표를 찾아갔다.


사람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서비스에 결제를 누르진 않더라고요.
이용자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PPT 디자인, 로고 디자인,
페이스북 마케팅과 같은 서비스들을 원했죠.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 방향인 ‘재미’와 이용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갈등했어요.
고심 끝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비즈니스 마켓 플랫폼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죠.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니 변화가 생겼어요.
저희만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졌거든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꽃보다 창업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PPT 제안서를 디자인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조차 안 잡힌다. 영어 자료를 번역해 보고서를 올려야 하는데 영어를 잘 못한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게다가 마땅히 알려줄 사람도 없다면? 난감하다, 난감해. 어쩔 수 없이 직접 만들다 매 단계 고구마 백만 개는 먹은 듯 답답해지기 마련이다. 당당히 비용 지불하고 전문가의 손길을 거쳐 퀄리티 높은 결과물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사업자 혹은 직원들의 고민을 사이다처럼 시원하게 해결해줄 비즈니스 플랫폼이 있다. 이름은 ‘크몽’이다. 디자인, IT·프로그래밍, 콘텐츠 제작, 마케팅, 번역, 레슨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갖춘 프리랜서 마켓이다. 원하는 서비스를 클릭한 뒤원하는 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필터링이 가능해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서비스를 받아볼 수 있다. 이용자들의 수요가 날로 늘어가는 만큼 크몽은 최근 2~3년간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등록 서비스 15만 개, 누적 투자금 300억 원 돌파, 누적 거래액 600억 원 돌파. 굉장한 기세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성공, 물론 박현호 대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0대 때부터 PC방 관리 프로그램, IT기기 쇼핑몰등 창업과 실패를 두루 경험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비록 여러 번 실패했지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그에게는 즐거움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세 번이지만 비공식적인 창업까지 세 보면 10번 넘게 실패했어요. 그러다 2010년 쯤, 생활이 안 돼서 고향인 전주 집에 내려갔어요. 주변에서는 ‘취업하는 게 어떻냐’고 권유도 했죠. 어머니께서도 ‘이렇게 안 되는데도 계속하냐’고 걱정하셨고요. 그렇지만 그렇지만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이끌며 해보고 싶었어요. ‘열 번 스무 번 하다 한 번되면 된다’고 생각해서 취업은 생각도 안 했죠. 집에서도 사이트를 여러 개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크몽’이었어요.”


재능마켓 말고 비즈니스 마켓 플랫폼

크몽의 모티프가 된 플랫폼은 이스라엘의 ‘파이버’다. 단돈 5달러에 필요한 물품을 만들어주는 플랫폼인데, 트래픽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다. 그래서 ‘재능을 뽐내는 커뮤니티’ 형태로 국내에 플랫폼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별 생각 없이 ‘재미’로 만들었다고. 그런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슈가 되다 보니 ‘재능기부’, ‘재능마켓’과 같은 수식어도 생겼다. 물론 서비스도 ‘재미’에 집중했다. ‘노래 모닝콜 서비스’, ‘상사 욕 대신 들어주기 서비스’와 같은 톡톡 튀는 서비스들을 선보였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 그러나 실제 서비스 결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실제 거래로 이어질 아이템을 고민하다 ‘캐리커처 그리기’를 선보였는데, 드디어 첫 거래 성사! 이후 이용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해 고민했다.


“사람들은 단순히 재미있는 서비스에 결제를 누르진 않더라고요. 이용자들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PPT 디자인, 로고 디자인, 페이스북 마케팅과 같은 서비스들을 원했죠. 제가 생각하는 서비스 방향인 ‘재미’와 이용자들의 요구 사이에서 갈등했어요. 고심 끝에 이용자들이 원하는 비즈니스 마켓 플랫폼으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죠.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니 변화가 생겼어요. 저희만의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졌거든요. 지금은 비즈니스 파트너로 알려지고 있고, 디자인이 필요할 때 크몽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과거 크몽의 재기발랄한 서비스를 기억하는 이용자들에게 위안이 될 서비스도 있다. 운세·상담 카테고리다. 서비스 오픈 전에는 ‘누가 전화로 운세를 상담할까?’라는 의문을 떨치지 못해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 그러나 의외로 이용자들이 제법 있고, 전화로 이야기하는데도 “잘 맞춘다”라는 후기가 나오고 있다. 박현호 대표도 예상치 못했던 반응. 앞으로는 어떤 서비스 카테고리를 선보일지 진심 기대된다.


서비스 가격은 판매자가 정한다

모든 도전에는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프리랜서 마켓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플랫폼 형태로 선보인 만큼 직접 부딪혀가며 깨달은 것들이 많았다.


“지식이나 서비스는 형태가 없잖아요. ‘재능’과 같은 무형의 뭔가를 거래한다는 개념 자체를 이해할 필요가 있었어요. 분야별로 서비스 성격이 다르기도 하고요. 이 개념을 플랫폼으로 옮긴 뒤에도 수많은 ‘디테일’을 만들어갔죠. 특히 서비스 가격을 책정하는 게 어려웠어요. 예를 들면 애플리케이션에는 무수히 많은 종류가 있는데, 어떤 애플리케이션이든 몇십 만원에 만들 수 있다고 하면 모순이죠. 그래서 가격의 ‘기준’을 잡았죠. 가격대별로 카테고리를 규격화해서 시안은 몇 개나 보여주는지, 상업적 사용은 가능한지, 원본 파일은 제공하는지, 수정 회수는 몇번까지인지를 판매자들이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어요.”


판매자가 가격을 책정하기에 서비스별로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그래서 “시장 가격을 낮춘다”라는 논란에서도 자유로울수 없었다. 이에 대해 크몽은 플랫폼이 “자율성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임을 강조한다. 판매자가 스스로 가격을 정하고 이용자와 직접 거래하면서, 가격도 자율 경쟁에 의해 형성된다는 의미다. 크몽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거래를 연결해주는 시장 플랫폼이다. 가격을 비교해 전문 인력을 갖춘 전문 업체에 서비스를 의뢰할지, 크몽을 이용해 개인 프리랜서에게 의뢰할지 선택은 이용자들의 몫일 테다.

요즘 박현호 대표와 크몽 직원들은 프리미엄 서비스인 ‘크몽 블랙’을 론칭하는가 하면, 새로운플랫폼인 ‘쑨’ 론칭 준비에 한창이다. 크몽의 규모가 커지며 운영·관리로 업무의 주축이 옮겨간 지 오래, 단기 아르바이트를 연결해주는 쑨을 준비하며 재미를 느낀다고 말하는 그다. 이야기를 나누며 플랫폼 개발은 예측불허의 게임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처음에는 무기라곤 1도 없는 ‘쪼렙’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쪼렙이라 두려워 게임을 안 한다면 내 캐릭터는 영원히 쪼렙이다. 시작은 미약할지언정, 일단 시작해 부족한 검과 무기를 채우며 게임을 계속해야 ‘만렙’을 꿈이라도 꿔볼 수 있을 터. 주저 없이 시작하고 틈틈이 무기를 장전하는 것, 크몽이 흥할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