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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CH 1

영화를 단 1초만에 다운로드한다고?

데이터 순간이동을 허하노라,
5G 기술

# 5세대 이동통신
# 5G

먼 미래의 일일 것만 같던 5세대 이동통신(이하 5G) 상용 서비스가 2018년 12월부터 시작됐다.
서비스 시작 전까지 통신사들이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옴에 따라 5G가 상용화되면
세상이 들썩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아직은 분위기가 조용한 가운데,
앞으로 5G 통신망이라는 ‘폭풍’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에 대해 살펴보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5G의 가치

기대하던 5G 상용 서비스가 시작됐음에도 반응이 크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아직 없고, 새통신망 핵심 기술로 꼽히던 가상현실이나 자율주행 차량 등의 상용화 서비스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여전히 5G를 둘러싼 가장 큰 숙제는 ‘당장 눈에 보이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꼭 5G를 이용해야 한다’라는 당위성을 만드는 일은 통신망의 존재 이유로 연결된다. 과거 3세대 이동통신인 WCDMA는 초기 ‘영상 통화’로 차별성을 두었다가 시장을 설득하지 못해 묻혀 있었다. 이후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소셜미디어 등이 활발해지며 비로소 힘을 얻었다. 이처럼 통신망은 용도가 정확하게 맞아 떨어져야 힘을 얻는다.
4세대 이동통신인 LTE는 데이터 중심의 통신 환경을 만들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며 시장은 음성과 글자 위주 커뮤니케이션에서 웹과 이미지, 영상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3세대 이동통신망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데이터 처리량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주파수를 이어붙이고, 여러 개의 기지국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통신 트래픽을 나누는 기술들이 도입됐다. 통신망 처리량을 개선해 통신 속도를 끌어올린 것이다. 통신망에 여유가 생기면서 음성 통화도 데이터를 이용하게 됐다. 모바일 네트워크가 완성된 것이다.



혈관을 도는 피처럼 흘러드는 데이터

5G는 보다 많은 기기를 연결하면서 통신 속도도 빠르다. 나아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통신을 넘어 세상 모든 것을 연결한다. 단순히 파일을 옮기는 역할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기록, 즉 혈관을 도는 피처럼 데이터를 흘려보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꾼다. 영화 다운로드 속도나 온라인 게임 접속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은 LTE 혹은 유선 인터넷으로도 충분하다.
통신망이 완성되면 이론적으로 1,000분의 1초면 데이터 덩어리인 패킷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다. 인터넷의 가장큰 특징인 ‘실시간’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이다. LTE가 100분의 3초 수준이니 10~30배까지 빨라진다. 이렇게 통신의 응답속도가 빨라지면 적용할 수 있는 분야가 더 넓어진다.
대표적인 분야가 자동차다. 자동차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 대신 정해진 데이터와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주행이 대안으로 꼽혔다. 그 상상 속의 기술은 상용화 단계를 코앞에 두고 있다. 자동차가 스스로 움직이려면 사람의 오감과 판단 능력, 그리고 운동 신경을 컴퓨터가 대신해야 한다. 따라서 정밀한 센서와 더 빠른 컴퓨터가 필요하다. 또한 도로 데이터를 읽고, 도로 위 새로운 정보를 수집·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는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다. 1초면수 십 미터를 달려간다. 빠르고 정확하게 현재 위치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량을 제어해야 한다.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기록·분석된 뒤 차량으로 돌아와 통제하는 시간, 그 시간이 100분의 1초인지, 1,000분의 1초인지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한편 자동차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자율 주행 기술이 더욱 정교해지며 사고 내용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 사전에 추돌 사고를 막을 수 있으며, 모든 차량의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기록·분석되기 때문에 내비게이션 길 안내 서비스도 정확한 교통 흐름을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모든 차를 도시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되면 교통 흐름과 주차 등일상에서도 차량과 도로 환경을 더 체계적으로 이용 가능하다.



가상현실부터 지식재산권 보호까지

5G는 VR, AR을 비롯한 가상현실 콘텐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VR, AR은 눈앞에 실재하지 않는 형상을 보여준다. 가상현실은 기존 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이용자 주변의 360도 시야 정보를 실시간으로 내려 받아야 구현할 수 있다. 갑자기 고개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을 때도 원하는 화면이 눈앞에 지연 없이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전송해야 할데이터 양이 늘어나는 것으로, 현재 쓰는 LTE로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다. 5G를 접목한 가상현실의 장점은 연결성에 있다. 지금까지 가상현실은 주로 1인칭 콘텐츠에 접목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5G 시대 가상현실은 여러 이용자들이 공간 제약 없이 하나의 가상공간을 공유한다. 최근 이슈가 된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여러 사람이 하나의 가상현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좋은 예다. 두 이용자가 서로 마주보고 칼싸움을 하는데, 손동작이 먼저 움직인 뒤 칼이 0.1초 뒤에야 따라온다면 몰입도나 현실성이 떨어진다.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 받지만, 지연이 없어야 한다는 차세대 통신의 특징이 잘드러나는 부분이다. 영상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보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최근 영상 콘텐츠는 용량이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UHD 영상은 해상도 4k를 넘어 8k를 넘보고 있다.
4k는 지금 주류를 이루는 풀HD 해상도의 4배, 8k는 16배 많은 데이터를 담는다. 하지만 현재도 촬영한 데이터는 하드디스크에 담아 사람이 직접 촬영장에서 편집실로 옮긴다. 수 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가장 빨리 옮기는 방법은 데이터 자체를 들고 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물리적 시간적 제약 뿐 아니라 안전, 보안 문제와도 직결된다.
하드디스크가 손상될 수도, 촬영 내용이 복사·유출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5G를 이용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촬영 데이터는 현장에서 곧바로 네트워크를 이용해 옮긴다. 제작 관련 모든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하고, 편집실에서도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요소들을 내려 받는다. 1초에 10Gb, 약 1Gb씩 실어나를 수 있다면 몇 분 내에 대용량 데이터를 모두 주고받을 수 있는 속도다. 5G의 대용량 데이터 전송 속도는 20~50Gbps를 넘보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용 작업 컴퓨터가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5G 시대에 들어서며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걱정하는 지식재산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시대에 따라 진화해온 통신기술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시대를 반영해 진화해왔다. 최초의 이동통신은 어디에서든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이동전화’로 시작했다. 목소리를 옮기는 것이다. 이후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옮길 수 있는 데이터 양에 따라 글자, 이미지, 영상 데이터 전송으로 역할과 가치를 발전시켰다. 5G 기술이 이용자들에게 주는 가치는 새로운 서비스에 있다. 이제까지의 통신과 다른 가치를 담은 통신망인 이유로 당장은 가능성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생활을 바꾸어놓을 수있는 통신기술이 5G다. 스마트폰은 일부일 뿐이다.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하던 정보통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때, 진짜 5G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글. 최호섭(IT 칼럼니스트)
1990년대 ‘PC사랑’을 시작으로 최근 블로터까지 IT 전문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온오프라인 기고, 전문 강연, 책 집필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