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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

자연과 발명의 연결고리
‘통섭’

# 발명의매력
# 특허
# 통섭형인재

새로운 생각의 원천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참신한 아이디어와 신제품이 계속 출시되는 것처럼
우리는 언제나 ‘처음’과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하지만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새로운 산업 시대가 도래하면서 완전히 처음 본 발명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발명과 발전을 위해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인 최재천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통섭형 인재가 돼라

최재천 교수는 약 20여 년 전부터 ‘통섭’을 언급해 왔다. 비슷한 단어처럼 보이는 통합과 융합이라는 말이 있음에도 최재천 교수가 통섭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합은 물리적 합침, 융합은 화학적 합침, 통섭은 생물학적 합침이라 설명합니다. 융합은 화학반응이 일어날 정도로 변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죠. 융합기술은 단순히 두 기술이 서로 만난다고 해서 융합되는 것이 아닌 두 기술이 녹아 하나로 재탄생돼야 합니다. 이에 반해 통섭은 생물학적 합침으로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라 보면 쉽습니다. 서로의 독자성은 있되, 둘이 합쳐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그 과정을 통섭이라 합니다.”


즉, 마구잡이의 합침이 아닌 통섭적 융합을 통해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점을 뽑아내 융합에 이르면 쉽게 보지 못했던 것을 발명해낼 수 있다고 최재천 교수는 설명했다. 아울러, 신기술을 만들어내는 융합이 우리의 목표라면 통섭은 그 과정이자 철학이기에 융합을 이루게 해주는 중요한 열쇠라고 덧붙였다.


최근, 기업과 대학가에서 원하는 인재상으로 통섭형 인재를 언급하고 있다. 기업뿐만 아니라 상하관계가 확실한 육군 부대에서 또한 ‘올바르고 유능하며 헌신하는 통섭형 인재’라는 인재상을 강조하고 있어 ‘통섭형 인재’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증가추세다.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현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연결’을 가장 중시 여겨야 합니다. ‘나는 시 쓰는 사람인데, 산업발전이랑 무슨 상관이 있어’라고 단정 지어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분야도 다른 분야와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 보니 저쪽 동네 변화가 나한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100세 시대라는 단어의 등장처럼 우리는 한 우물만 파면 안 되는 시대에 도달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탐구해야 하는 발명에 있어 한 분야에 관한 전문지식과 여러 분야에 대한 소양을 가진 ‘통섭형 인재’는 발명가들이 가져야 할 인재상과도 비슷하다.


“시대가 발전하면서 대부분의 일이 협업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협업하는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지식을 함양하고 있는지, 내가 그 분야에 대해 알아야 더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발명을 위해서도 한 가지 우물만 파는 것이 아닌 내 것은 확실히 하되, 다른 분야에도 관심을 가진다면 더 훌륭한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발명, 자연에서 힌트 얻다

앞서 말했듯, 최재천 교수는 통합을 물리적 합침, 융합을 화학적 합침, 통섭을 생물학적 합침으로 정의 내렸다. 그렇다면 여러 아이디어가 합쳐져서 탄생하는 발명과 가장 관련 깊은 합침은 무엇일까?


“발명을 위해서는 융합과 통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폰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스마트폰은 원래 책상 위에서 사용하던 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든 것으로 발명품보다는 두 기술이 녹아 재탄생된 융합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지금 시대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기보단 기존에 있는 것을 잘 개선하고 섞느냐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이에 기술을 만들어 재탄생시키는 융합을 위해서는 통섭적으로 대상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융합과 통섭이 발명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라 생각합니다.”


최재천 교수는 자연과도 통섭하라고 강조했다. 자연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박을 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일례로 스위스의 한 엔지니어를 언급했다. 등산을 즐기던 스위스의 한 엔지니어는 반려견의 털에 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 씨앗을 보고 끊임없이 탐구한 끝에 찍찍이(velcro)를 발명했다며 자연을 자세히 관찰해 흉내 낸다면 훌륭한 발명품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벨크로의 미세구조와 독고마리 씨앗구조가 똑같습니다. 이것은 자연을 보고 그대로 베낀 것이죠.(웃음)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세심한 관찰력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자연과 통섭하려고 노력한다면 일상생활보다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 최재천 교수는 발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발견을 발견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겨줘야 그중에서 발명으로 이어지는 것이 나올 수 있으며, 위대한 발명을 위해서는 대상을 다양한 각도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섭형 리더, 발명을 이끄는 힘

미래형 리더, 공유하는 리더 등 리더의 참모습이란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 정의 내리는 서적들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 상하관계가 확실했던 리더와 사원의 모습은 이제 과거의 전유물로 그 효용 가치가 끝났으며 최근 들어 통섭형 리더를 찾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절대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머리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즉, 협업과 소통이 중요한 시대가 됐죠. 현시대에서 필요한 리더는 ‘사원들이 어떻게 하면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와주는 분위기를 만들어 뒤에서 보조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주변을 잘 살펴 최고의 결과물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그 과정을 정비하는 통섭형 리더가 존재한다면 발명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는데 한 걸음 더 빨리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지식영토를 확장하는 방법은?

자연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최재천 교수는 말하지만 과연 모든 사람이 자연과 통섭할 수 있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최재천 교수는 자신이 모르는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기획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는 것이 있으면 보이는 게 많고, 보이는 게 많을수록 창의성을 통해 연결되는 것이 많기에 독서를 ‘일’처럼 여기며 실천해야 한다.


모르는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으면 어느 순간 책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내 지식의 영토가 확확 늘어나게 됩니다. 제가 해봤고요.
그래서 확신합니다. 계속 읽다 보면 모르는 분야라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집니다. 꼭 기획독서를 하세요.
내 지식의 영토를 넓혀놓으면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것들을 잘 융합하면 발명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