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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발명사전

미술과 지식재산
살바도르 달리의 <기억의 지속>과 시계 디자인

글. 박병욱(‘미술로 읽는 지식재산’ 저자)

미술 작품을 잘 들여다보면 우리의 일상생활이 깊이 스며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미술 작품과 지식재산이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작품과 디자인을 통해 지식재산에 대해 이해해 보면 어떨까.


# 살바도르달리
# 추파춥스
# 애플아이폰
    ▲ 이미지 :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

살바도르 달리는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스페인 출신의 화가이다. 달리는 독특한 수염과 외모를 비롯하여 오만한 언행과 남다른 기행으로 더욱 유명세를 탔다. 달리의 기행은 죽기 전에 자신의 장례식 예행연습을 하기까지에 이르렀는데, 본인이 죽으면 얼굴을 가리고 장례를 치르고, 자신이 부활할 것이니 시신을 냉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달리는 발표 작품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고, 경제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어 생전에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다수의 상업적인 디자인이나 영화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작업을 한다. 그중 하나가 우리가 많이 먹는 막대 사탕인 추파춥스(Chupa Chups)의 1969년 데이지 꽃 모양 디자인이다. 추파춥스의 추파(Chupa)는 스페인어로 ‘빨다’라는 의미의 단어 ‘Chupar’에서 착안된 이름이며, 스페인의 추파춥스 컴퍼니에 의해 크게 성공한 브랜드이다.

    ▲ 이미지 : 추파춥스 로고

달리가 디자인한 추파춥스 로고
달리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가 <기억의 지속>이다. 친구들과 극장에 가기로 한 약속이 있었으나 두통이 생긴 달리가 아내인 갈라(Gala)만 극장으로 보내고 집에 혼자 남아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아내가 외출한 사이 달리는 식사를 마치고 혼자 앉아 있다가 두통 때문에 시계가 흐늘거리는 것처럼 보이면서 갑자기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림 중 개미로 뒤덮인 시계는 죽음을 상징하고, 남성 생식기 모양의 죽은 올리브 나뭇가지 위에 축 늘어진 시계는 녹아 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달리 자신의 무의식, 억눌린 욕망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고, 시간이 멈춰버린 권태로움, 영원한 삶에 대한 염원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또한 무의식이나 꿈에서는 시계나 시간이란 것이 소용없고, 무의미한 것이기도 하다는 점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한편, 그림 속의 물렁물렁한 시계가 공간과 시간의 상대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하여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상대성 이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이 그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상은 시계이고, 그래서 혹자들은 이 그림을 단순히 ‘시계(Clock)’라고 지칭하기까지 한다.

최초의 기계적인 시계는 언제 누가 발명했는지 알려있지 않다. 문헌에 기록된 종을 쳐서 시간을 알리는 최초의 시계는 1335년 밀라노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시계는 현재와는 달리 아주 큰 기계에 해당했다. 이러한 개념을 깬 휴대형 소형 시계는 1500년경 독일의 자물쇠 수리공인 피터 헨라인(Peter Henlein)에 의해 최초로 만들어졌다.

현대와 같은 형식의 손목시계는 1904년 비행사인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Alberto Santos-Dumont)이 루이 프랑소와 까르티에(Louis Fransois Cartier)에게 새로운 시계를 개발해 달라고 한데서 유래했다. 뒤몽은 한 손에는 회중시계를 다른 한 손으로는 비행기 핸들을 쥐고 운항하는 불편을 해결하고자 했다. 그 결과 까르티에의 산토스(Santos) 시계가 탄생했다. 처음 손목시계가 나왔을 때는 팔찌와 비슷하게 여겨 여성들의 전유물로 생각했었다고 한다. 이후 군인들이 특수한 필요성에 의해 손목시계를 착용하게 되었고, 이로부터 남성들도 손목시계를 널리 사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 이미지 : 최초의 손목시계 까르티에의 산토스(Santos)

시계와 관련한 소송 중 우리에게 익숙한 디자인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스위스 철도와 애플(Apple)의 소송이다.

당시 SBB는 각 역마다 시계를 설치하였고, 상표권을 확보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SBB의 시계를 ‘주걱 다이얼(scoop dial)’이라고 불렀는데, 빨간 초침의 끝부분이 둥그렇게 디자인되어 주걱같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SBB의 시계 디자인은 런던 디자인 박물관과 뉴욕의 현대박물관에서도 훌륭한 20세기 디자인의 예로 소개되고 있다. 게다가 스위스의 시계회사 몬데인(Mondaine)은 1986년 이래SBB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SBB의 시계 디자인을 적용한 시계를 생산하고 있었다.
    ▲ SBB의 시계(좌)와 애플 아이폰의 시계(우)

그런데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SBB의 시계와 거의 유사한 디자인을 채택하였고, 2012년 스위스 철도의 운영사인 SBB로부터 상표권 및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한다. SBB는 애플이 아이폰 6 및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자신의 시계와 동일한 디자인을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애플은 SBB의 시계 디자인에 대해 라이선스를 받고, 2,100만 달러(약 227억원)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양 당사자간의 분쟁을 해결되었지만, 애플은 시계 디자인을 카피했다는 혐의로 회사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반면, SBB는 “애플이 우리의 시계 디자인을 채택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히며, 스위스 시계의 디자인을 전 세계에 더욱 알릴 수 있었다.

현대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술과 기능이 큰 차이가 없다면, 소비자에게 강력히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디자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은 디자인 전문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년 전 화제의 중심이 되었던 애플과 삼성의 소송도 애플의 디자인특허로부터 시작된 바 있다. 기술중심 기업의 경쟁력도 이제는 기술적 우위만으로는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 가고 있고, ‘고객 경험의 차별화’가 기업의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디자인, 저작권, 상표권 및 트레이드 드레스와 같은 지식재산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