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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과 공중보건의 위기
- 의약품 특허와 공중보건을 보호하다

글. 김대원(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
#코로나19
#백신
#특허

지식재산권의 유연성과 코로나 백신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그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는 대응백신의 공급확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같은 혁신적 신약 개발에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일단 백신이 개발된 경우 그 제조법 등을 지식재산권으로 강력하게 보호하여 개발자의 배타적 실시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지식재산권의 보호는 기술혁신의 증진과 기술이전의 확대를 통하여 전체 사회복지에 기여해야 할 공공적 성격 또한 분명히 존재하므로 균형적인 권리행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균형적인 의약특허권의 행사는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까?
최근 영국의 Economist지는 공식적인 코로나19 사망자는 480만 명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약 1,600만 명 정도가 사망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발간된 학술지 Science 추계에 따르면 선진국 중심이 아닌 세계적인 코로나 백신 생산설비에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져 2021년 1월까지 월평균 12억 회분의 백신 생산이 되었다면 그 경제적 이익은 5조 달러(약 5천조 원) 정도 차이가 났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결국 생존권 확보라는 인권적 측면에서나 경기 활성화를 통한 경제적 측면에서나 현재의 팬데믹(pandemic) 상황을 통제 가능한 엔데믹(endemic)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신속한 백신 공급의 확대가 필요하다.

백신 공급, 어떻게 확대될 것인가
백신 공급의 확대는 현실적으로 쉬운 문제는 아니다. 가장 먼저 ‘공급설비의 확충’이 필요한 데 현실적 대안은 화이자나 모더나가 자사가 아닌 생산이 가능한 다른 설비를 활용하여 위탁생산을 하는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가 우리나라의 SK바이오사이언스를 자사 백신의 위탁생산 공장으로 선정한 경우나 모더나가 삼성바이오에 mRNA 백신 원료를 공급하여 이후 완제의약품 공정(DP)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신 원료는 여전히 특허권자가 공급해야 하므로 신속하게 백신 공급을 늘릴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가능한 방법은 특허권자가 생산 가능한 타 제조사에 ‘기술이전’을 해서 백신 생산을 하는 것인데 원 특허권자로서는 사실상 특허를 공공재로 기부하는 것이어서 보통의 경우 선택하기 어려운 방안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질병예방통제센터(CDC) 국장을 역임한 톰 프리든이 주장하듯이 현재 속도로는 코로나 백신의 전 세계적 공급에 향후 3년 정도가 소요되고 델타 변이와 같은 변이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까지 고려한다면 빠른 백신 공급이 절실하다. 이에 기술이전을 통한 신속한 공급증대 방안은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일 수 있다. 또한 기술이전 지지자들은 100억 불 이상이 소요된 트럼프 행정부의 초고속 백신개발지원책(Operation Warp Speed)에서 보듯이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 개발이 정부의 공적 자금 투입으로 가속화되었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만을 우선으로 할 수 없다. 따라서 특허 등의 활용방식이 공중보건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TRIPS상 의무면제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 간 합의를 통해 TRIPS(무역관련지재권협정)상 일정 의무를 면제(waiver)하여 백신 공급을 늘리는 방안으로 2020년 3월 인도와 남아공이 제안하였다. 2021년 5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이 안을 지지함으로써 현실성 있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여기서 TRIPS 의무면제의 핵심은 제3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권리자의 승인 없는 사용”, 즉 강제실시권의 행사로 코로나19가 야기하고 있는 공중보건 위기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미 지난 1990년대 후반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창궐하는 HIV/AIDS, 결핵 등에 대한 필수치료제(Essential Drugs) 생산을 위해 실시하면서 국제적 분쟁이 촉발된 사안이다. 이후 이 지식재산권 분쟁은 생명권이라는 인권보호 측면까지 덧붙여지고 UN 사무총장과 미국대통령까지 관여하면서 2001년 WTO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선언으로 결실을 보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지구적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이 세 번째 시나리오는 한편으로 인류 문명 발전의 핵심적 2가지 요소인 지식재산권을 통한 혁신과 법 제도를 통해 우리 지식 문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판단되기에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세계보건총회의 결의안과 특허 강제실시
2020년 제73차 WHO 세계보건총회(WHA) 결의문에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진단기기, 치료제 및 백신의 개발, 시험, 생산 등과 관련해 국제사회 협력을 촉구했다. 그중 특허의 자발적 공동실시허락(Voluntary Pooling and Licensing of Patents)을 포함한 다양한 공동작업을 요구하였다. 여기서 ‘특허의 공동실시허락’은 일정한 기술목적에 필요한 둘 이상의 특허권을 복수인이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이것을 일괄하여 제3자에게 라이센스를 하는 방식으로 특허발명의 실시허락을 받고 있다. 이는 향후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특허권 공유까지 고려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이런 맥락에서 결의안은 TRIPS와 같은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규범에 합치하는 방식으로 의약 특허에 대한 ‘공평하고 적정한 접근(Equitable and Affordable Access)’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접근을 국제관계에서 구현한 것이 강제실시에 관한 TRIPS 제31조와 공중보건에 관한 2001년 WTO 도하각료선언 및 TRIPS 제31조2의 개정이다.

TRIPS와 특허 강제실시
강제실시(Compulsory Licensing)란 국제법적으로는 정부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특허 제품 또는 프로세스를 생산하도록 허용하거나 특허 보호된 발명 자체를 사용하는 계획이다. 1995년 출범한 WTO에서는 이전의 GATT와는 달리 서비스(GATS)와 지적재산권(TRIPS)도 적용대상이 되었다. 특히, 지식재산권과 관련해서는 개발도상국의 우려를 반영하여 TRIPS 제7조와 8조의 유연성 조항에서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회원국의 공공이익 간의 균형성(flexibility)을 규정하였다. 즉, 제7조에서는 지식재산권 보호와 시행은 ‘사회 및 경제복지에 기여하는 방법’으로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 또한 회원국의 관련 법규는 ‘TRIPS 협정의 규정과 일치하는 범위 내에서 공중보건’ 등의 중요한 분야에서 공익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지식재산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제8조는 규정하고 있다.
TRIPS의 이러한 균형적이고 유연한 측면은 의약품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약품의 경우는 연구와 개발 및 혁신을 보호해야 함과 동시에 적정가격에 의약품에 대한 접근권의 보장을 형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식재산권, 특히 TRIPS상의 유연성에 대한 이해와 전제를 기초로 의약품의 관련 강제실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


강제실시의 요건에는 무엇이
TRIPS 제27조 1항은 WTO 회원국은 상품 또는 제법이든 관계없이 모든 발명에 대한 특허를 보호할 의무를 갖는다고 규정하여 의약품에 대한 특허 보호를 원칙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동조 2항에 따르면 “회원국 영토 내에서의 발명의 상업적 이용의 금지가 인간, 동물 또는 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의 보호를 포함, 필요한 경우 공공질서 또는 공서양속을 보호하거나, 또는 환경에의 심각한 피해를 회피하기 위하여 동 발명을 특허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에 공중보건상 필요가 있는 경우 일정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예외적으로 의약품 특허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협정 제30조는 “특허권자의 정당한 이익을 불합리하게 저해하지 아니하는” 등을 조건으로 특허권에 대해 제한된 예외 설정을 예정하고 있고, 이러한 제30조 이외에 강제실시와 같이 권리자의 승인 없이 특허권을 달리 사용할 수 있는 경우로 제31조는 다음 4가지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즉 (1)국가비상사태 또는 극도의 긴급상황(제31조 b) (2)공공의 비상업적 이용(제31조 b) (3)반경쟁적 관행에 대한 구제수단(k) (4)2차 특허(the second patent) 등이 그것이며 코로나19는 국가비상사태 또는 극도의 긴급상황에 해당한다고 해석된다.


[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선언] 제6항 체제
하지만 이러한 특허권 사용의 예외에도 불구하고 제약 분야의 제조능력이 없거나 불충분한 개발도상국 WTO 회원국은 TRIPS 협정 하의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다. 이들 국가들이 HIV/AIDS, 말라리아 등의 유행병에 대처하기 힘들다는 점은 1990년대 후반 아프리카 사례 이후로 국제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이에 대한 국제적 대응으로 2003년 WTO에서 ‘TRIPS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선언문 제6조의 이행에 관한 결정문’(제6조 이행결정문)이 채택되어, 의약품 생산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국가가 강제실시를 시행하는 경우 일정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생산능력이 있는 타국이 그 국가를 위해 강제실시된 의약품을 생산하여 수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제6조 이행결정문의 내용을 담은 TRIPS 개정 작업이 진행되어, 2003년 TRIPS 개정 시까지 강제실시권에 관한 제31조(f)의 효력을 정지하는 면제(waiver) 결정과 2005년 TRIPS 제31조2 개정의정서가 최종 채택되고 2017년 발효되면서 그 역사적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인류의 안전과 지식재산권
인류 사회를 좀 더 안전하고 풍족하게 만든 것은 인간의 지력을 바탕한 지식재산권의 보호와 실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동시에 지식재산권 실시를 통해 사회복리나 공공이익의 증진을 지향해야 한다는 점도 수긍할 고귀한 가치이다. 이러한 양자 간의 균형적 고려하에서 지식재산권 체제는 보다 내실 있는 발전을 할 것이고 코로나19에 대한 전 지구적 대응에서도 이러한 형평적 균형이 작동하여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가 극복되리라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