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WORD
INTERVIEW
PROGRAM
ACTS
  • 트위터로 보내기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KEYWORD – IP ISSUE

메타버스의 시대,
IP의 기회

글. 한상열(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

바야흐로 메타버스의 시대다. IT 기술의 발달로 가상 현실과 현실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시대는 더 이상 영화 속에만 존재하는 현실이 아니다.이러한 메타버스라는 또 다른 세계에서
IP 창작자와 사업자들은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힐 수 있을까?


#메타버스
#IP 사업
#NFT

메타버스의 등장
1992년 SF소설에서 등장한 메타버스는 이제 매일 뉴스에 등장하고, 기업, 지자체, 학교, 도서관 등 다양한 곳에서 메타버스가 무엇이고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갑자기 나타난 유행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지만, 메타버스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기존에 떨어져 있던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점진적으로 융합하고 상호작용하며 나타난 진화적 개념으로 볼 수 있다.

과거 가상세계는 게임 등 정해진 시나리오에서 유희적인 콘텐츠 소비가 주를 이루었으며, 가상세계의 활동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최근 가상세계는 이용자의 자유도가 높아져 스스로 원하는 게임이나 아이템을 제작·생산할 수 있으며, 이를 판매하여 거둔 수익을 현실의 화폐로 환전할 수도 있다. 우리가 현실에서 노동을 통해 수익을 거두는 것처럼, 가상세계에서도 생산 노동과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면서 가상의 직업과 현실의 생활이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가상세계에서도 현실처럼 소통하고, 일하고, 여가를 즐기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점점 더 모호해지고 두 세계가 하나처럼 연결되는 메타버스 세상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메타버스에서 나만의 직업과 수익을 만들어내다
최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로블록스(Roblox), 제페토(Zepeto) 등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은 이러한 가상세계의 생산과 소비, 수익 창출을 통해 가상과 현실이 융합하는 메타버스 세계를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페토는 3D 아타바 기반의 소셜 서비스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창작자가 되어 아이템/가상공간을 쉽게 개발·제작·활용할 수 있는 제페토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아이템은 제페토 샵에서 판매하여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월 평균 1,500만 원의 고수익을 내는 창작자가 등장했고, 70만 명이 넘는 제페토 창작자들이 제출한 아이템 개수는 200만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작자들이 게임 제작 및 판매가 가능한 로블록스의 게임 타이틀 수는 5,000만 가지가 넘는다.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과 유명 브랜드/콘텐츠 등 지식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IP) 보유 사업자 간 제휴를 통해 만들어진 아이템들도 증가하고 있다. 제페토는 나이키(Nike), 디즈니(Disney), 퓨마(Puma), 구찌(Gucci) 브랜드 아이템을 출시한 바 있으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홍보 공간도 개설한 바 있다. IP 사업자들은 메타버스 주요 이용자인 10대~20대의 젊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IP 홍보와 아이템 판매를 통한 브랜드 가치 및 매출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은 여러 IP 사업자와 제휴하여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IP 사업자와 메타버스 플랫폼
IP 사업자가 자사 IP를 기반으로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0월,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라고 선언한 엔비디아(NVIDIA)는 ‘옴니버스(Omniverse)’라는 자사 기술 기반으로 구동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본 플랫폼은 다자간 그래픽 협업과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위한 가상공간을 제공한다. 다른 그래픽 도구를 사용하는 개발자들이 동시적으로 협업할 수 있고, 실제 물리법칙을 따르는 가상공간에서 생산 설비 구동, 자율주행차 시험 등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게임회사들도 게임 IP와 제작 역량을 활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NCSOFT)가 출시한 ‘유니버스(Universe)’ 플랫폼에서는 이용자가 아티스트 아바타를 직접 꾸미거나 아바타로 뮤직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유티플러스인터랙티브(Utplus Interactive)가 개발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디토랜드(Ditoland)’는 이용자들이 직접 게임제작이 가능하며 다양한 행사와 온라인숍 등 구현이 가능하다. 한빛소프트(HanbitSoft)는 7억 명의 누적 이용자를 확보한 오디션(Audition) 게임을 활용하여 이용자가 의상, 건물 등을 직접 제작하고 거래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메타버스 플랫폼이 늘어나고 더욱 다양한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향후 창작자 수가 늘어나고 전문 콘텐츠 제작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 제작과 유통이 쉬워지면서 유튜브(Youtube), 트위치(Twitch) 등 동영상 플랫폼, UGC(user generated contents, 사용자 제작 콘텐츠) 창작자와 콘텐츠 제작 전문 회사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같은 양상이 메타버스 시대에도 일어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가 블록체인 기술인 NFT(Non-Fungible Token)와 만나면서 새로운 콘텐츠 창작과 거래 시장이 열리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인 NFT는 콘텐츠에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하여 복제가 어려운 원본으로서의 희소성을 생성하고, 특정인의 소유권 정보를 기록 할 수 있다. 창작자는 NFT를 활용하면 자신의 창작물을 자산화하고 암호화폐 등 대가를 받고 소유권을 판매하여 수익 창출이 가능해진다.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 크립토복셀(Cryptovoxels), 솜니움 스페이스(Somnium Space), 더샌드박스(The Sandbox) 등 NFT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에서는 가상 토지, 예술품, 게임 아이템 등 다양한 NFT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NFT 작품을 전시하는 가상 갤러리도 존재하고 SNS와도 연계되어 메타버스 세계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의 발전도 기대된다.


NFT기술의 위험요소와 한계점
NFT는 매우 유용한 기술이지만, 위험요소와 한계점이 있다. 예로, 원저작자가 아닌 사람이 특정 창작물을 NFT화하여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패러디물 등 2차 창작물의 NFT 소유권이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하지만, ‘디지털 원본’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디지털 콘텐츠 거래가 가능해지고 다양한 응용 사례가 생겨나면서 NFT 시장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NFT 시장 분석업체인 넌펑저블닷컴(NonFungible.com)에 따르면, NFT 시장 시가총액(NFT Market Capitalization)은 2018년 4,096만 달러(약 482억원)에서 2020년 3억 3,803만 달러(약 3,980억원) 규모로 약 8배 급증하였다.

이제 메타버스 시대를 맞이하여 IP 창작자와 사업자들은 다가온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활용 기회를 적극 발굴할 필요가 있다. 보유한 IP를 디지털화하여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새롭게 판매할 수 있고, NFT를 활용하여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할 수도 있다. 제페토,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 플랫폼은 해외 이용자가 많아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도 만들 수 있다. 현재 보유한 IP의 디지털 확장, 또는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IP 콘텐츠도 구상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스포츠카드를 디지털화하면서 수집품으로서의 희소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NFT를 활용하고 있다. 미국프로농구 탑샷(NBA Top Shot)은 경기 명장면을 담은 짧은 동영상에 NFT를 접목한 디지털 카드를 2020년 10월 출시하여, 1년도 안되는 기간에 7억 달러(약 8,125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스포츠 카드는 이미 대규모 시장과 인지도를 갖춘 오래된 시장이지만, NFT를 통해 새로운 구매와 수집 경험을 제공하여 신시장을 창출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국내 IP 창작자와 사업자들도 이미 보유한 인지도, 고객 기반을 최대한 활용하되 메타버스 이용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 설계를 고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