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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PEOPLE

데이터로 만들어진,
의료계의 디즈니랜드를 꿈꾸다
웰트WELT 강성지 대표

글. 정찬영 사진. 이대원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랜드. 철저하게 현실과 분리되어있지만 그 안에선 모든 가상이 현실이 된다. 꿈을 하나의 현실로 만들기까지, 디즈니는 화단의 꽃과 길옆의 돌멩이마저도 철저하게 계획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른다. 그것이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계라는 것을.
진짜 고수는 그렇다. 자신이 만들어낸 세상이 ‘만들어졌다’는 것조차 모르게 내 세상으로 데려오는 것. 그 서비스를 이용하고, 제품을 이용하면 나도 모르게 그렇게 행동하게 만드는 것. 그것을 할 줄 아는 자가 세상을 바꾸며, 미래를 만든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강성지 대표가 꿈꾸는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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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발명가


발명가에서 의사로, 의사에서 사업가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는 헬스케어 기업 ‘웰트(WELT)’의 강성지 대표는 의사 출신의 발명가이자 사업가다. 어떻게 한 사람이 이 모든 수식을 이뤄낼 수 있을까. 단순히 ‘머리가 좋다’거나 ‘성실하다’는 해석 너머의 원동력. 인간 강성지가 바라보고 원하는 세계, 그리고 그것을 실제로 만들어 내고야 말겠다는 다짐의 시작은 어디인지 궁금했다.

“의대에 진학을 하긴 했지만 제 원래 정체성은 발명가에 가까워요. 생각의 방향이 발명과 잘 맞거든요. 어떤 목적을 정해놓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새롭게 시도해보는 거요. 남들이 가지 않았던 방법을 시도했는데 그게 목적을 더 쉽게 달성한다면, 그것만큼 짜릿한 일이 있을까요?”


그는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재학할 당시, ‘반사경을 이용해 투사범위를 효율적으로 분배한 스마트가로등’을 발명해 대통령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이후 의과대학에 진학했지만 발명부, 사진반, 학보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대학 시절을 보냈다. 졸업 이후에는 보건복지부 건강관리서비스 시범사업부와 삼성전자 헬스케어분야에 취직하기까지.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는 단순명쾌한 길을 두고 다양한 여행을 서슴지 않았던 강성지 대표. 그는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꽤 많은 사람처럼 보였다.


“유한한 시간 속에서 최대한의 경험을 해내는 것. 그게 제 모든 것을 설명해요. 그래서 의사 자격증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통과했죠. 사실 학점도 좋지 않았어요. 저는 의학 공부를 하는 것보다 저에게 더 잘 맞는 경험을 하고 싶었기에 포기를 한 부분이죠. 그렇게 선택과 집중을 잘 해왔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 시간과 경험이라 여겼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을 최대한으로 누리고, 아껴주는 경험으로 삶을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경험도 시간이 없다면 무용지물. 진시황이 그토록 영생을 원했던 것 역시 그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의학으로 사람들에게 시간을 선물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을 치료하는 것보다 더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사업’이라 생각했다.

“사실 발명이라는 게 사업이나, 의사가 하는 일과 똑같아요. 사람들의 시간을 벌어주는 거죠. 다만 그걸 어떤 방식으로 하냐의 문제인데, 어릴 때는 물건을 개발하면서 발명을 했고, 지금은 사람들에게 제가 만든 걸 더 많이 보급하면서 금전적인 수익도 내는 사업을 하는거에요. 이 두 가지를 한 사람이 하는 게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일의 목표와 이유가 뚜렷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하고자 하는 일의 방향이 명확하면 그걸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면 되니까요.”



그가 웰트로 만들어내고 싶은 세상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사내 아이디어로 제안했던 스마트벨트, 웰트. 애플워치와 같이 몸에 착용하여 건강과 관련된 수치(허리 둘레, 앉은 시간, 과식 여부, 걸음 수, 낙상 예방 기능 등)를 측정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사용자의 보행 패턴을 감지할 수 있어 낙상의 위험을 미리 예측하는 기능은 세계 최초로 구현한 웰트만의 결과물이다.

“사실 스마트 벨트는 제가 하고자 하는 사업의 시작점이에요. 바이오마커로서 사용자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모으는 수단이요. 첫 시작은 발명품이었지만, 제가 결국 모으고 싶은 것은 사람들의 데이터입니다. 왜냐하면 병을 치료했냐, 안했냐를 알 수 있는 근거는 데이터에서 나오거든요. 걸음걸이가 달라졌냐, 수면의 질이 좋아졌냐, 이런 것들을 알려면 모든 것이 데이터로 보관이 되어야 하거든요.”



스마트 벨트로 삼성전자의 11번째 spin-off 회사로 분사한 웰트. 강성지 대표는 웰트의 미래를 ‘데이터’에서 발견했다. 현재는 불면증과 알코올 중독, 근감소증, 섭식장애를 치료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지속하고 있는데, 이 역시 데이터를 모으는 하나의 기반으로 생각하고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사람의 데이터가 어디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 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19의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는 데 카드 사용 내역을 사용하는 아이디어는 정말 좋은 예시인 거죠. 저도 저의 사업을 통해 모은 데이터들을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치료법으로 가공하고 싶습니다.”


그는 건강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현재는 웨어러블 기기들이 걸음 수나 수면의 시간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를 모으지만, 이것들을 잘 활용하면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질병 진단과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병원에 가면 사실 약물치료 이외의 행동 치료는 너무 피상적이에요. 잘 자고, 잘 먹고, 술 담배 끊고. 하지만 행동이라는 게 정말 구체적인 데이터로 이루어지는 것들이에요. 몇 시간을 자야 하는지, 무슨 식품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술은 얼마나 마셔도 되는 건지 등이요. 이런 걸 저희가 제공 하고 싶은 거죠.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치료법을, 디지털로요.”



미래를 상상하면, 웰트가 보인다
디지털로 모은 데이터를 이용해 사람의 행동을 바꾼다. 굉장히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현은 꽤 어렵지 않을까 물었다. 운동을 안 하던 사람이 웨어러블 장치를 사용한다고 열심히 운동을 한다는 게 과연 가능할까?

“그 부분은 게임 회사에서 힌트를 얻어요. 소프트웨어로 사람의 생각을 바꿔, 과금까지 하게 만드는 것. 그게 게임 회사들이 정말 잘하는 것이죠. 저희 주주 중에도 스마일게이트라는 게임 회사가 있습니다. 그분들을 투자자로 모신 이유도 게임 회사의 장점을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가 자신의 사업을 게임 사업에 비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게임 유저들이 과금을 하는 데에는 캐릭터의 행동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한 패턴이 회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즉, 게임 유저들이 캐릭터를 가지고 놀면서 하는 행동들이 모두 데이터로 보관되듯, 사람들의 행동 패턴 역시 데이터화하여 기록하고 싶다는 강성지 대표의 바람이다. 더불어 그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만 게임은 캐릭터를 성장시키지만, 웰트는 실제 사람의 건강을 성장시킨다는 점이 다르다고.

“결국 미래 사회는 디지털화될 거에요. 지금 내가 서 있는 세상의 과거와 미래를 상상해보는 일을 가끔씩 하곤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미래 사회는 데이터로 움직입니다. 저는 단지 그 시기를 살짝 앞당기는 거죠. 누군가는 해야 한다면, 제가 하고 싶은 마음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미소엔 어딘가 천진난만한 구석이 있다
그는 웰트를 통해 자신만의 디지털 의료세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철저하게 현실을 잊게 하는 디즈니랜드처럼,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거리낌 없이 가상의 세계에 과금을 하는 게임 속 세계처럼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건강해지는 세계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발명품은 그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여러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말하다 보니 제가 무슨 통제광처럼 느껴지는데.(웃음) 그런 건 아니고요. 그냥 저는 사람들이 좋은 경험을 아주 오랫동안 하면서 살길 바래요. 그러기 위해선 가장 필요한 게 건강이잖아요. 그걸 미래 사회에 맞는 방법으로 사업화하는 거죠. 이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이 50년 먹고 살길을 만드는 것은 덤이고요.”


모든 순간에서 최선의 것을 느끼고자 하는 그였다. 지금 이 순간 누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 그는 그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계속해서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저 잡념이 아닌, 목표를 달성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최적의 수단을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계획까지 모두 미리 생각해둔다. 경외심과 의구심이 동시에 드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이토록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이 있다니. 이런 그의 하루에 과연 휴식이란 시간은 존재할까?

“어떻게 보면 효율을 중요시하는 거지만, 그 안에는 정말 많은 게 담겨 있어요. 예를 들면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경험도 모두 포함된 효율이에요. 한 마디로 매 순간에 충실한 삶을 사는 거죠.”


그는 목표와 수단, 효율과 같은 단어의 사용을 즐겼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인데!’라는 생각이 드는 문장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과 눈빛은 달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내는 일이라는 그의 이야기처럼. 그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선물하고 싶다는 그의 마음처럼. 그의 웃음은 어딘가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를 떠올리게 했다. 세상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느낄 줄 아는 그. 그의 마음을 데이터로 표현한다면 어떤 데이터가 나올까. 아마 어떤 숫자로도, 그의 미소는 표현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