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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 IP ISSUE

드라마 오징어 게임,
그리고 콘텐츠의 지식재산권

글. 정성준 변리사
#오징어게임
#넷플릭스
#콘텐츠 보호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인기
오징어 게임의 인기가 상당하다. 오징어 게임은 94개국에서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하였고, 공개 후 4주 만에 세계 1억4200만 계정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중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소셜미디어 틱톡에서는 중국어로 ‘오징어 게임’을 검색하면 줄거리를 소개하는 영상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중국에서 오징어 게임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 관련 상품으로도 이어졌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 사이트인 알리바바에서 ‘오징어 게임’으로 검색하면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검은색 마스크, 분홍색 유니폼, 초록색 트레이닝복 그리고 달고나도 판매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정식으로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은 ‘오징어 게임’이 암암리에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음을 암시할 수 있다. 그러자 중국 매체 넷이즈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업체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시작했다.

콘텐츠와 지식재산권
이렇게 드라마와 같은 하나의 콘텐츠가 흥행을 하게 되면 대두되는 문제가 바로 지식재산권 침해이다. 지식재산권은 특허(실용신안)권, 상표권 및 디자인권과 같은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콘텐츠에 적용될 여지가 있는 지식재산권은 저작권이 유력하다. 실용신안권은 기능을 보호하는 것이고 상표권은 상품이나 서비스의 출처를 나타내는 표지를 보호하는 것으로 콘텐츠와 거리가 있다. 디자인권은 물품의 형상이나 모양 등의 외관을 보호하는 것으로 콘텐츠 속에 나오는 의류나 소품이 심미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 의류나 소품은 디자인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지만 콘텐츠 자체는 보호받기 어렵다. 저작권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하는 창작물을 보호하는 것으로 콘텐츠 자체는 저작권을 통해 직접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면 저작권법은 콘텐츠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오징어 게임’ 관련 이슈를 중심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콘텐츠의 일부는 2차적저작물
먼저 2차적저작물 관련 이슈에 대해서 살펴보자. 콘텐츠는 기존의 콘텐츠에 기초해서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다. 이전에는 없었던 콘텐츠를 새롭게 창작하는 것보다 기존의 콘텐츠를 가공해서 만들어낸 형태가 간혹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콘텐츠 소비자는 대개 비슷한 문화적 감수성을 가지고 익숙한 내용에 친근감을 느끼기 때문에, 기존의 콘텐츠에 기초하여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용이할 수 있다. 이따금씩 노래의 표절 시비가 일어나는 것도 청자에게 익숙한 멜로디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범위안에서 작곡을 하다보니 그렇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2차적저작물인가?
기존의 콘텐츠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콘텐츠는 2차적저작물이 될 수 있다. 2차적저작물이란 원저작물을 번역, 편곡, 변형, 각색, 영상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저작권법 제5조).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하는 경우나 외국의 문학작품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경우에 그 드라마나 영화 또는 번역된 문학작품을 2차적저작물이라고 한다. 2차적저작물은 원저작물에 대해서 실질적 변형이 이루어져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을 가져야한다. 황동혁 감독은 2008년부터 비슷한 소재의 일본 영화들(‘배틀로얄’, ‘신이 말하는 대로’ 등)을 참조하여 '오징어 게임'을 구상했다고 주장한다. '오징어 게임'이 2차적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참조한 일본 영화와 실질적 유사성을 가질 정도가 되어야 한다. 데스게임이라는 컨셉을 가지는 점에서 일본 영화와 유사하지만, 전개 방식과 표현 방식에 있어서 상이하다. 일본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장르적 특성상 오래전부터 사용되어온 관행적 표현이 공통되기 때문일 수 있다. 일본 영화에서 관행적 표현에 해당하는 부분은 창작성을 인정받을 수 없고 실질적 유사성에 대한 판단기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오징어 게임’은 일본 영화와 실질적 유사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고, 원저작물을 가공한 2차적저작물이라기 보다는 원저작물로 볼 수 있겠다.


‘오징어 게임’이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진다면?
만약 ‘오징어 게임’의 드라마가 소설이나 웹툰으로 만들어진다면, 그 소설이나 웹툰은 드라마를 각색 또는 변형한 것이기 때문에 2차적저작물에 해당한다. 소설이나 웹툰의 창작자는 드라마의 저작자에게 드라마의 이용에 대한 허락을 받아야 한다.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하는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여 이용할 권리를 가진다(저작권법 제22조). 허락 없이 소설이나 웹툰을 작성하는 것은 이러한 2차적저작물 작성권과 같은 저작재산권의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저작재산권 침해의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질 뿐만 아니라(저작권법 제125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저작권법 제136조).


‘오징어 게임’과 같은 영상저작물에 적용되는 저작권법의 특례
콘텐츠는 문자·부호·음성·음향·이미지·영상 등이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되어 인터넷이나 컴퓨터 통신 등을 통하여 제공되는 각종 정보나 그 내용물을 의미한다. 문자로 표현된 콘텐츠는 어문저작물이 되고, 음성·음향으로 표현된 콘텐츠는 음악 저작물이 된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영상저작물이다. 영상저작물은 서로 관련된 연속적인 영상으로 표현되는 저작물로서 영화나 드라마처럼 동영상으로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상저작물에는 많은 사람이 관여한다는 제작과정의 특수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의 드라마가 제작되기 위해서는 감독/PD, 스토리작가, 실연자(배우)와 영상제작자(투자자)가 협업해야만 한다. 흔히 영상제작자는 “OO영화사, OO필름”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참여자들의 권리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영상저작물의 이용과 그 제작에 대한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작에 관여하는 사람들의 권리관계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작권법은 영상저작물에 대해서 별도로 권리관계와 이용에 관한 특례를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99조 내지 제101조).


저작권법은 예외적으로 영상제작자(투자자)를 보호
대표적으로 영상저작물에 대한 권리에 관한 특례이다. 원칙적으로 감독, 스토리작가, 실연자가 영상저작물의 창작에 기여하는 자로서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가지지만, 영상제작자는 그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을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받는다(저작권법 제100조). 사실 영상제작자는 영상저작물의 제작을 위한 물리적 환경을 제공할 뿐 창작에 실질적으로 관여하지 않아서 저작권을 가질 수 없지만, 예외적으로 영상제작자에게 저작권을 몰아주는 것이다. 창작자를 보호하는 저작권법이 창작자가 아닌 자(영상제작자)를 보호하는 이유는 영상저작물의 성공과 실패에 가장 큰 위험을 부담하는 사람이 영상제작자이기 때문이다. 영상제작자는 많은 돈을 투자하여 감독 및 배우를 섭외하여 영상저작물을 제작하는데, 실패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모든 저작권을 가지는 것으로 계약했다고 한다. 그에 따른 수익도 대부분 넷플릭스의 몫이 되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는 대박이 났고 국내 제작자는 쪽박을 찼다는 표현으로 수익 배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하지만 투자 실패의 부담을 안은 영상제작자를 예외적으로 보호하려는 영상저작물 특례의 취지에 입각하면, 넷플릭스의 입장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다.

콘텐츠 강국에 걸맞은 제도적 지원이 필요
‘오징어 게임’에서 보았듯이 국내 드라마와 영화의 경쟁력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BTS를 필두로 대한민국의 세계적인 스타들이 불러일으킨 K팝 열풍은 식을 줄을 모른다. 웹툰과 웹 소설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콘텐츠 제작 강국으로서 주목받고 있다. 반면에 콘텐츠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은 미비하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흥행으로 인해 붉어진 콘텐츠 제작 산업의 불공평한 수익분배는 개선이 필요하다. 하나의 콘텐츠의 흥행은 다른 형태의 콘텐츠의 재생산뿐만 아니라 옷, 장난감 또는 놀이공원과 같은 다른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진다. 영상제작자로서 넷플릭스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경제적 효과를 따져봤을 때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너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가 창작자에게 추가 보상을 고려한다는 얘기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수익분배의 형평성을 위한 입법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의 생태계 전반을 살펴보고 영상제작자 및 창작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