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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 PEOPLE

아름다움이
거대한 궤짝에 담겼습니다
카페 궤짝 신종덕 대표

글. 정찬영 사진. 김오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태어나 짊어지는 업을 택한 기준이 ‘아름다움’이라는 것. 이는 한평생 그 아름다움을 마음에 간직하고 표현하며 살겠다는 선언이다. 카페 궤짝을 만들어낸 신종덕 대표의 삶이 그렇다. 제 힘으로 지어낸 공간 속에서, 제 마음에서 피어난 이야기를 하나씩 펼쳐놓으니 어느덧 그의 향기가 궤짝에 한 가득이다.


#궤짝카페
#충북음성
#디자인등록


충북 음성군, 복숭아가 유명한 감곡면에는 꽤나 입소문이 나있는 카페가 하나 있다. 낮은 복숭아나무가 한 밭을 이루고 있는 길을 따라 구불구불 올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거대한 궤짝. 비스듬히 기울어져 모서리 한 쪽이 하늘을 꿰뚫는 형상이 꽤나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당에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걸어오는 그의 작품들. 하나씩 대답을 하다 보면 이 아이들을 만든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하는 궁금함이 밀려온다.

“어릴 적부터 미술을 좋아했어요. 저는 당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직업이 미술 선생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이 시골에서 혼자 독학을 해서 서울에 있는 사범대학에 입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알았겠어요. 그때부터 고난이 시작될지.(웃음)”



하얀 석고상을 잘 그리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에 혼자 석고상을 그리며 대학에 입학한 신종덕 대표. 하지만 시골에서 자란 소년이 간직하고 있던 순수함과 도시의 복잡한 세상사는 서로에게 낯선 존재였다. 경험을 하면 할수록 도시에서의 삶이 자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결국 다시 고향으로 돌아올 결심을 하게 된다.

“항상 무언가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시선을 받기 시작했죠.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것을 적대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20대는 그렇게 보낸 거 같아요. 사람들과 다른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요. 하지만 회피보단 직면을 선택했어요. 나 자신을 계속 발견해온 과정이었다고나 할까요.”



카페 궤짝을 만드는 모험을 시작하다
마음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온 신종덕 대표. 사실 그가 고향에 와서도 하고 싶은 일은 자신의 미술 작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했고, 그 공간에 머물러 줄 관객들에게 커피라도 한잔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것에 딱 맞는 것이 카페를 차리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그. 이것이 현재 그가 운영하는 카페 <궤짝>을 차리게 된 계기다.

“카페를 어떤 모양으로 지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우리 마을이 복숭아 고장이라는 것을 떠올렸죠. 복숭아를 담는 궤짝이 집집마다 꼭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더라고요. 그래서 고향의 특산품도 알리고, 잊혀져 가는 궤짝을 살려보자 해서 컨셉을 잡아 카페를 만들게 된 거죠.”



하지만 자신의 소망을 현실로 실현시키는 것은 역시나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우선 금전적인 것이 가장 크게 넘어야 할 산이었기에, 사범대에서 기른 경험과 지식으로 학생들의 입시 교육을 시작했다. 봄, 여름, 가을 동안 비축한 여유로 겨울마다 궤짝을 완성했다. 그렇게 3번의 겨울을 지내고, 마침내 자신의 작품을 담을 수 있는 카페가 모습을 드러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궤짝의 모양을 하고 있는 카페는 디자인 등록을 출원하고, 2012년도에 음성군의 아름다운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 3년의 세월은, 사실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저만의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었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더라고요. 고향에 돌아온 것이기 때문에 이웃들이 다 저를 아는 상황이었어요. 아버지조차 사범대를 가 놓고 왜 카페를 차리느냐고 하셨죠. 이 시골에 누가 카페를 온다고 저런 걸 만드냐며 아주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시장에 가면 주민분들의 눈초리가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자신의 공간을 만드는 3년의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가 내놓은 대답은 뜻밖이었다. 희망찬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 할지라도, 자신만의 길을 택해서 찾아온 길이라 할지라도, 언제나 그의 옆에는 남들의 시선이 함께였다. 하지만 그는 그 역경이 자신을 한 단계 성숙시켜주었다고 말한다. 거듭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는 신종덕 대표.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아내기 위해 그는 계속해서 거듭나고, 거듭나며 그 시간을 부딪혀왔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감정과 직관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지식을 통해 창의적인 작품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어떤 감성과 직관. 그것을 잘 바라보았다가, 용기와 모험심을 가지고 세상에 내놓을 때 나오는 것이 창의력이죠.”


그는 요즘 세상이 너무나 완벽해서 오히려 아름답지 못하다고 말한다. 조금 부족하더라도, 개인 한 사람마다의 이야기와 감성이 담겨 있는 것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이러한 가치관은 자신의 자녀를 교육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고, 현재 그의 아들과 딸들은 학교를 가지 않고 홈스쿨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에서 나오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길 바랬어요. 홈스쿨링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이곳에서 저와 놀이를 하며 사는 법을 배우는 거죠. 아들은 현재 도예 공부를 하고, 딸은 베이킹 등을 배우면서 자신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이 먹고살 수 있는 기술만 알고 있다면 사는 데에는 문제없다고 생각해요. 그저 아이들도 자신의 삶을 존중하며 살길 바라죠.”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았다. 예쁘기 위해 가꾸고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돌 틈 사이로 삐져나온 잎사귀 하나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할 줄 알았다. 그렇게 그의 마음속에서는 작은 것 하나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자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그 안에서 피어나는 마음을 절대 져버리지 않고 끝까지 피어내길 원했던 마음. 그렇게 가꿔낸 것이 지금의 궤짝이고, 한평생 사랑했던 아내고, 앞으로도 사랑할 자녀들이다.